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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취업, 회사 이야기

프랑스 취업 실패담 - 4

내가 면접을 보는 회사는 르발로와(levallois)라는 파리 북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파리 중심부와는 다르게 현대적인 건물들이 더 많이 보이는 듯 했다.

공사현장도 많이 보였는데 홍대에 살 때 사방팔방이 공사 현장이었던지라 익숙한 소음을 뒤로하고 면접 볼 회사로 향했다.

시간은 제시간에 맞게 도착했는데 문제는 출입 카드가 있어야지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었다;;

이메일을 다시 살펴봐도 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비밀번호나 인터폰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면접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도 않는 것이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침 한 남자가 건물에서 나오길래 붙잡고 나 xx회사 면접 보러 온 사람이라고 되지도 않는 불어로 말하니 자기가 그 회사 직원이라며 나를 회사 안까지 안내해 주었다. (퇴근 하는 길 같았는데 미안했다 ㅠ)

오후 6시 면접이었는데 회사은 휑해 보였다. 어림 잡아 20~3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로 보이는데 실제로 눈에 보이는 직원들은 4~5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면접 중에 알았지만 대부분 휴가를 갔거나 퇴근을 했다고 한다.(오후6시인데...) 

면접은 CTO와 일대일 면접으로 진행됐다.

CTO는 먼저 회사와 사업 내용에 대한 소개를 자세히 하고 다음 나의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전화나 Skype 인터뷰가 아닌 실제 면접을 이때 처음 해봤는데 전화나 Skype 보다 오히려 훨씬 편안하단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론 영어로 대화했지만 최대한 불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나중엔 난 불어로 말하고 면접관은 영어로 답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자체 앱 서비스를 하고 있고 난 Front end developer로서 WebApp을 개발하는 게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었다.

난 AngularJS로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 이 회사는 확정은 아니지만 ReactJS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들 또 어떠하며 저런들 또 어떠하리'


실제로 이렇게 말하지만 않았지만 거의 저런 내용으로 대답했다. 시키면 공부해서 다 할 수 있다고.

예상대로 코딩 테스트가 주어졌다.

한국에선 한번도 코딩 테스트를 한 적이 없는데 여긴 기본인가보다(사실 이게 당연한거지)

테스트 내용은 저번 코딩 테스트와는 다르게 JSON만 던져주고 알아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AngularJS를 쓰던 ReactJS를 쓰던 jQuery로 하던 생JS로 하던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CTO는 Frond end developer는 Back end developer를 채용할 때와는 다르게 창의적인 디자인 센스도 본다고 덧붙였다.

여하튼, 면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 맺고, 회사를 나오면서 CTO는 자기네들의 회사의 컴퓨터는 전부 MAC이며 전부 i7에 램이 얼마네 최고 사양이네 자랑을 늘어놨지만 이미 머리속엔 어떻게 코딩을 할까만 구상하고 있었다. (붙어야 최고사양 MAC을 사용하던가 말던가 하지)

코딩 테스트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 JSON파일로 데이터가 주어지는데 이 데이터들의 내용을 좋은 품질의 UI/UX로 만들어라.
  • JSON에 파라매터로 몇가지를 넣을 수 있다. 이 파라매터를 이용한 필터 기능을 만들어라.
  • 데이타를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 프론트 기술만 사용하라(HTML,CSS,JS)
  • 그 어떤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 모바일, 태블릿, 데스크탑에 대응되도록 만들어라.
  • 몇 페이지를 만들건 상관 없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려웠다. 저기에 디자인도 내가 곁들여야 하니까.

고민 끝에

AngularJS + UI Bootstrap + 미디어쿼리를  이용한 반응형웹 으로 결정했다.

사실 Bootstrap은 2년 전에 튜토리얼 한번 읽은 게 다인데 이 참에 사용해 보기로 했다.(또다시 도전정신;;)

UI Bootstrap를 사용하면서 꽤 만족했다. 페이징이나 검색 그리고 레이아웃 설정에 대한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긴 했는데 초반에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몇개 있어서 삽질을 좀 했다. 처음 부터 Bootstrap을 사용한게 아니고 AngularJS를 위한 UI Bootstrap의 대한 문서만 봐서 그랬다.

며칠을 정도를 꼬박 이 작업에만 몰두했다.

일단 디자인하는데 하루 정도 날린 것 같다.

포토샵으로 만들어 보려다가 나의 예술 세계는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될것 같아서 빠르게 접고 연습장에 그려가면서 레이아웃을 잡았다.

그 다음, 이런 걸 아키텍쳐라고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scope 부모자식 관계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페이지를 2개 만들었는데(메인 1개,상세 1개 그리고 검색,필터는 항상 따라다니도록)

가장 상위 Controller에서 JSON파일을 가지도록 하고 자식 Controller들이 그 값들을 조작하도록 했는데 페이징이나 검색 처럼 UI Bootstrap에서 가져온 것들이 통제가 안되는 문제들이 나타났다. 

상위 Controller를 없애고 그냥 전부 $rootScope에 처박아도 보고 괜히 Factory에서 Service로 바꿔도 보고 하다 보니 시간을 물 처럼 흘려보내고 이게 코딩 테스트 인지 나의 AngularJS 연구소 인지 모를 지경이 돼 버렸다.

일단 코드가 점점 복잡해 지다보니 어디에 정확에 문제의 포인트가 있는지 잡는 것이 힘들었다.

조금 진전이 되면 퍼포먼스 높인다고 코드 옮기다가 오류나서 한 몇시간 까먹고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약속한 테스트 마감일은 지켰다;;

내 우려보단 괜찮게 결과물이 나왔는데(디자인을 포함한) 사측에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 하며 이메일을 보냈다.



이 즈음, 면접을 진행하고 있던 회사가 두 군데 더 있었다.

1. 보르도(Bordeaux)라는 프랑스 남서부 도시에 위치한 회사인데 보통 보르도 하면 사람들은 와인을 떠올린다.

거리가 있다 보니 면접은 Skype로만 이루어졌는데 영국에서 공부한 프랑스 사람이라 면접관이라 영어가 유창했다.

스타트업이었는데 채용 프로세스가 상당히 여유로웠다. 1차 면접 후 다음 2차 면접 까지 2주가 넘게 흘렀다. 알고 보니 면접관이 휴가를 가서 그랬단다.

그런데 면접관이 휴가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프로세스가 그리 빠르진 않았다. 보통 1주 ~ 1.5주 간격으로 다음 면접이 진행됐다.

신기하게도 사무실이 성(!!!) 안에 있고 성의 정원에서는 탁구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정말 혹하는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성에서 탁구라니...

일단 보르도는 파리 보다 당연히 물가가 싸다. 그런데 개발자 인건비는 파리와 비슷하다.(From 카더라 통신) 그래서 와이프도 보르도로 내가 취업하는 것을 어느정도 바라는 눈치였다.


2. 이 회사는 파리에 위치한 회사인데 웹에이전시다.

'음 에이전시라...'

나는 한국에서 가능하면 웹에이전시에 취직하는 것만은 피할려고 했다. 첫 회사가 에이전시였고 야근지옥 + 갑의 횡포를 정석으로 경험했기에...

처음 면접은 전화로 이루어졌는데 CEO가 직접 채용하는 듯 했다.

역시 영어는 생각 보다 유창했다.

한참 통화를 하다가 CEO가 '엇 일본말 할 줄 아네요?' 하더니 갑자기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일본어로 잠깐 응수했는데 갑자기 이 CEO가 일본어로 반말을 하는 것이다 ㅋㅋㅋ

유교주의 사회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니 바로 반말이 나오는 것인지...ㅎㅎ

여튼 1차는 통과해서 2차는 직접 회사를 방문했는데, 사실 회사 홈페이지가 너무 2000년대 초반 느낌이 강해서 살짝 꺼려지긴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뭘 가리랴 뽑아 주면 네 하고 열심히 일하는 거지.

그런데 생각보다 회사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회사 홈페이지 따위 팽겨치고 서비스만 개발하나보다.

여튼 2차 면접은 CEO와 개발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분위기 좋게 2차도 끝내고

며칠 안 지나서 3차로 코딩 테스트를 봐야겠다며 나를 다시 불렀다.

예상했던 프로세스다.

도착해서 응접실에서 기다리니 개발 매니저가 들어왔다.


매니저 : 안녕하세요. 바로 테스트 시작하죠. 자 컴퓨터 콘센트는 여기에 있고 인터넷 선은 여기...

나 : 네?! 저... 노트북 안 가져왔는데요?

매니저 : 우리 보스(CEO)가 가져 오란말 안 했어요?

나 : 그런 말 안 했는데요?!

매니저 : 헐...

나 : 헐...



via GIPHY


잠시 후 매니저가 CEO를 데리고(끌고)왔다.


CEO : 그냥 여기 응접실에 있는 컴퓨터로 하면 되는거 아냐?


이 때 부터 갑자기 흥분한 매니저의 말이 빨라져서 정확히 알아 들을 순 없었지만.

어짜피 내용은 뻔하다. 개발 환경 설정에 대한 번거로움과 개발자들은 본인 컴퓨터에 익숙하다 등등...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응접실에 있는 컴퓨터로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일단 테스트 내용은 angularJS를 이용한 JSON 데이타 처리 이다.

이거 얼마전에 봤던 데스트 내용과 상당히 일치한 측면이 있다.

대신 제한시간 1시간.

나는 일단 SublimeText2를 설치하고 package install로 AngualrJS 자동완성과 Emmet(Zen)을 설치했다.

생각 보다 프랑스 키보드가 짜증났다. 일단 쿼티 키보드가 아니고 언어를 영어로 바꿔도 자주 불어로 돌아오곤 했다.

컴퓨터도 느리긴 했지만 참아줄만했다.

그래도 얼마전에 삽질 좀 해봤다고 큰 고민 없이 기본적인 테스트 사항들을 끝냈다.

테스트가 끝나니 한 오후 7시가 약간 넘었는데 전부 퇴근하고 매니저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과는 며칠 내로 알려주겠다는 내용을 듣고 나왔다.



쓰다 보니 실패담 시리즈가 나날이 늘어간다. 

하루 빨리 이 실패담 시리즈를 끝내고 성공담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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