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II에서 비자를 받고, 내가 반드시 들어야할 수업이 3가지 있다고 고지를 받았다.
- Convocation a la formation civique
- Convocation a la session d'information sur la vie en France
- 불어 수업(불어 실력이 낮은 사람들만인듯)
8시 45분에 딱 맞춰서 도착하니 벌써 몇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그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같이 기다렸다.
사진은 없지만 강의장은 특별한 빌딩이나 학교 같은 건물이 아니고 그냥 일반 다세대 주택이다.
9시가 되도 문이 안 열렸는데 그 건물에 사는 사람이 외출하러 문을 열자 우리는 기다렸단 듯이 우르르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밖은 밖이지만 아침의 쌀쌀한 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10월이었음)
9시 한 10분 쯤 됐나, 한 남자가 들어와서 강의장 문을 열었다.
강의장의 느낌은 오래되어 보여서 고풍스러우면서도 정리가 안되서 허름한 느낌이었다.
교육에 사용되는 프로젝트는 렌즈가 오래됐는지 영상 여기저기가 깨져있었다.
햇빛이 안 들어와서 춥기도 하고...
'근데 뭐 이게 교육에 큰 영향이 있겠냐' 라고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의 모습.
해당 수업 즉, Convocation a la formation civique에 대한 설명을 OFII 비자를 받을 때 영어로 수업을 듣고 싶은지 불어로 수업을 듣고 싶은지를 질문 받았었다.
아직 불어 실력이 안된다고 생각한 나는 영어로 수업을 듣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수업이 전부 영어로 진행되는걸로 믿고 있었다.
대충 중간 쯤에 앉아 있었는데 인도계 여성이 들어오더니 영어로 수업 받을 사람은 교실 오른편에, 불어는 왼편으로 앉으라고 인도 억양 같은 것이 섞인 영어로 설명을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인도가 아니라 스리랑카계 여성이었다.
암튼, 영어로 수업을 들으려고 교실 오른편으로 자리를 옮기고 앉았다.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까 궁금했는데
아까 우리한테 자리를 옮기라던 그 스리랑카 여성이 우리쪽으로 걸어오더니 우리 ( 영어로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 ) 사이에 앉는 것이다.
' 이 사람도 수업을 들으려 온 사람인가? '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오늘 수업을 영어로 통역해줄 사람이었다.
잠시 후 문을 열어줬던 남자가 들어오고 본인 소개를 했다.
이 사람은 오늘의 강사였다.
그리곤 한 명씩 불어든 영어든 본인 소개를 시켰다.
동양인 중엔 필리핀인이 제일 많았고 한중일 각각 1명 씩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는데
1. 각각 자기 소개 타임을 갖고 있는데 일본 여성이 일본에서 왔다고 하니 강사가 이런 국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이 좋다는 말을 했다. ( 물론 불어로 )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국가에서 이민을 오니 하는 소리가 아닌가로 받아들여졌다.
2. 중간에 잠시 흑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 같았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고성이 오가더니 강사의 중재로 진정됐다.
흑형 보다 흑누이가 더 무섭다는 걸 실감했다.
3. 이미 프랑스에서 19년을 살았는데 불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필리핀에서 온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하는 일이나 가족들 사이에서도 영어로 사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수업이 시작되고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부터 설명하기 시작해서 사회, 역사, 행정, 법, 종교 이슈,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그리고 Laïcité 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각 항목 마다 대략 30 ~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강사가 앞에서 설명하고 동시에 스리랑카계 통역사 ( 이하 통역사 )가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 통역사분이 의욕이 엄청 넘치는 사람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강한 엑센트가 섞인 영어로 설명을 해서 강사도 수업 중간에 말이 끊기고 영어로 수업을 듣기를 원하는 우리도 이해를 잘 못한다.
내 옆 자리에 호주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통역을 이해하기 힘들어서 나중엔 그냥 강사가 말하는 불어를 알아듣는 게 더 쉽다고 까지 했다.
통역사분은 뭐든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려주거나 통역사도 헷갈리는 게 있으면 도중에 수업을 끊으면서 까지 강사에게 물어볼 정도로 열의는 대단했다.
감자튀김(같은것), 생선튀김, 정체불명 샐러드
식사는 좀 텁텁하긴 했지만 그냥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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