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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매치기 잡을 뻔한 사연

보통 어떤 국가를 가서 3개월 정도 지나면 낯섦이 차차 사라지면서 익숙해 진다고 한다. 근거는 없지만 맞는 소리인 것 같다.

내가 작년 6월에 도착해서 9월쯤 됐을 때 이미 직장도 다니고 있고 와이프 없이도 내가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알아서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비가 오면 메트로(전철)을 탔다. 

이제 집-회사 정류장들도 알고 있어서 음악이나 컬투쇼를 들으면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가려면 Château d'eau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기가 프랑슨지 아프리칸지 혼동케 하는 비주얼이 강한 곳이다.

듣기론 아프리카 커뮤니티가 있다고 한다. 유난히 흑인 전용 미용실이 많고 미용실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타겟은 대부분 흑인 여성인데,  대머리 흑인 남성도 붙잡는 단다. (어쩌라고;;) 난 아시아인이라 아예 타겟에서 제외다.


암튼, 하루는 메트로를 타고 Château d'eau 역에서 내려서 음악을 들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누가 뛰어내려오다가 나랑 부딫혀서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일단 그 사람이 왜 에스컬레이터를 반대 방향으로 뛰어 내려왔는지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 때문에 굴러떨어졌기 때문에 이어폰을 빼고 사과를 하려고 하는 순간, 저 위에서 백인 중년의 남자가 막 뭐라 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백인 남자가 하도 빨리 말해서 뭔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딱 봐도 상황이 밑에 굴러떨어진 흑인이 그 백인 남자의 아이패드를 강탈한 것이다.

굴러 떨어진 흑인 남자는 금새 일어나서 역 안으로 질주했다.


대강 상황을 보니 백인 남성은 혼자였고 큰 사이즈의 여행용 캐리어에 아이패드 가방을 따로 들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아이패드가 든 가방을 가지고 도망가면 큰 캐리어 때문에 쫓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흑인 남성이 도망친 곳은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였기 때문에 큰 캐리어를 들고 거길 갈 수도 없다. (아예 내려가는 계단이 이 출구에는 없음)

 Château d'eau 라는 역은 문이 두군데 인데 하나는 입출이 둘 다 가능하고 방금 내가 나온 곳은 오직 출구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건 범행 상대의 조건만 맞으면 (1. 혼자, 2. 짐은 나눠져 있음)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내 생각에 범인은 장소를 정해놓고 조건에 맞는 타겟이 나타나면 바로 실행에 옮긴 것 같다.

그러다가 하필 음악을 듣고 있어서 밖의 소리를 전혀 못 듣고 있던 내가 범인이 뛰어내려올 때 어쩌다가 그를 온 몸으로 친 것이다.


백인 남성은 결국 캐리어를 끌고 반대편  Château d'eau 입구로 갔지만 범인을 잡았을런지는 모르겠다.

그 사건 때문인지 가끔 메트로를 타고 출근하면 험상궂게 생긴 흑인 두명이 출구를 지키고 있다. 아마 그 쪽 동네 자체 커뮤니티에서 경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범행이 일어났던  Château d'eau 출구.범행이 일어났던 Château d'eau 출구.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briziophoto/2696326622


Château d'eau에는 흑인 미용실이 많다.Château d'eau에는 흑인 미용실이 많다. 출처 : http://images.google.fr/


호객행위 출처 : http://uneafricaineapa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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