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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취업, 회사 이야기

내가 프론트 개발자가 된 경위

블로그 댓글의 많은 부분이 '어떻게 그 일을 시작했냐' 그리고 '한국에서 그 일을 얼마나 했냐' 이다.

같은 종류의 댓글이 많아지다 보니 같은 내용의 댓글을 많이 쓰게 됐고 계속 이러느니 그냥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프론트 개발자가 된 경위는 웃기다.

컴퓨터라고는 어릴 때 GW-BASIC 한 1 년 배운 게 전부였고 그 이후론 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할 것이란 것은 꿈도 꿔 본 적이 없다.

막연히 수학을 잘 해야하고 대학교 전공을 하지 않으면 절대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정확히 개발자라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 사촌 형이 쇼핑몰 사업을 한다고 나 보고 상품 포장일을 도우라고 했다.

포장일을 돕다 보니 간단한 상품 페이지도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

난 포토샵의 'ㅍ'도 모른다고 하니 사촌 형이 자기 친구 중에 국비지원으로 포토샵이, 일러스트, 플래쉬를 배운 사람이 있다며 나도 국비지원으로 학원 가서 포토샵을 배워오라고 했다.

20대 중반의 알바를 전전하는 백수였던 나는 반강제의 떠밀려 학원에 가게됐다.


이 국비지원이란 것도 어떤 심사를 통과해야 국비가 나오는 건데 (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음 ) 나는 어찌어찌 통과를 했다. 공덕역 근처에 무슨 빌딩에서 심사를 봤던 것 같다.


그 이후엔 학원 선정.

신촌의 그린 컴퓨터 학원인가? 사실 돌아다니다 본 곳이 거기 밖에 없어서 찾아봤더니 이미 정원 초과.

이대역 앞에 있는 SBS아카데미를 가봤더니 다행히 자리가 남아있었다.

나는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포토샵을 배우러 왔다고 하니 웹디자이너 과정? 같은 걸 들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곤 내 기억에 포토샵 1달 일러스트 1달 플래쉬 1달 정도 배운 것 같다. Html, Css는 2주 정도 배웠던 것 같은데 이게 나에겐 신세계였다.

마지막 과정은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거였는데 나는 강사들의 만류에 불구하고 고집을 부려서 플래쉬로 만들었다. ( 이 때가 2011년이었는데. 아이폰4가 세상에 활개를 치며 플래쉬를 죽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

왜냐면 나는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이걸 시작했기 때문에 굳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어짜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만 한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자고 생각했다. ( 그리고 당시에 내 생각이나 강사들의 생각엔 내가 만들려는 건 플래쉬로만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 )


그런데...형이 사업을 접고 취업을 해버렸다.


'아니 그럼 나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나는 취업을 하지 않고 다른 알바 자리나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취업이 안될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끝내가고 있던 와중에 학원 입학 시 만났던 상담사랑 몇 번의 대화를 나눴고 나에게 취업을 계속해서 권고했다. 

그도 그럴 게, 여긴 취업을 시키는 것을 목표로하는 학원이다. 국비지원은 무직인 상태의 사람을 타겟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하는 제도다.

그리고 내 앞에서 취업을 권고하는 이 사람은 내가 다른 길로 안새고(?) 취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내가 이력서라도 안 만들어서 내면 이 사람한테 불이익이 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취업을 위한 이력서를 내 생에 처음 만들어봤는데 덜컥 '웹디자이너'로 취업을 해버렸다.

내 인생의 첫 취업이 된 순간이었다.


이 때 쯤, 사귀던 프랑스 여자친구와 ( aka 현재 와이프 ) 약혼을 하게됐고, 무직에 고졸에 가진 건 몸뚱이 뿐인 쓰리 콤보 상태에서 국제 결혼 신청을 하면 프랑스 대사관에서 의심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거절될 수도 있단 이야기를 들은 터라 회사를 가게된 게 어쩌면 잘 됐단 생각이 들었다.


웹디자인도 하면서 가끔 기초적인 코딩을 하는 회사였는데 당시 나는 jQuery, Ajax 이런거 들어본 적도 없는 상태의 실력이였다.

내가 뽑힌 건 약간의 디자인 + html, css 그리고 일본어 때문이었다. 약간씩 각종 파트를 도울 수 있는 일종의 도우미였다.


그런데... 왜 아무도 나에게 야근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던 것인가.

밥먹듯이 하는 야근에 지칠대로 지쳤고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는 다닐 가치가 없다는 현재 와이프의 성화에 못이겨 8 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 이후로는 웹퍼블리셔로 보직을 바꿔 다른 회사를 갔지만 여전히 JS, jQuery, Ajax, Php, Jsp 이런건 어렵고 전공자가 아니면 역시 여기 까지구나...라고 느껴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처남을 만났다.

당시 이 친구는 프랑스에 꽤 유명한 컴퓨터 공학과를 다니다가 중국에 있는 프랑스 회사의 인턴쉽을 마치고 근처 한국에 있는 친누나를 보러 온 터였다.

한동안 우리집에 머물렀는데 이 시기에 이 친구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나는 컴공과를 안나와서 더 이상 진전이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하니 사실 본인(처남)은 컴퓨터의 대부분을 혼자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배웠지 학교에서 배운 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컴공과를 들어갈 때 어느 정도 알고 들어가고, 모르는 것들도 혼자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는 거지 교수가 그걸 하나하나 알려준 게 아니란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으니 나에겐 좋은 환경이라고 많은 독려를 해줬다.

컴퓨터의 기본 동작 방식이라던가 OSI model, Ajax 원리 같은 것도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줬다.

한국의 모든 개발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났던 몇 개발자들 ( 서버 개발자 ) 에게 이런 걸 질문하면 그전에 C, 자바를 먼저 해야한다던가 자바 서블릿을 먼저 하고 오라는 답변을 듣거나 ( 그 사람은 자바 개발자였음. ) 아예 무시하는 투로 말해줘도 모를 것이란 답변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풀이 죽어있던 차에 지금의 처남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나에게 추천해준 웹사이트들은 당연하게도 죄다 영문이었고 당시 영어 회화 정도만 하던 나는 독해에 종종 어려움을 겪었지만 뭔지 모를 오기로 꾸역꾸역 공부해 나갔다.

당시 나는 다니던 한국 회사에선 개발자 회의에서도 여전히 제외되고 ( 아예 디자인팀 소속이었음 ) 종종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 즈음 부터 전혀 개의치 않게 된 것 같다. 혼자 공부하던 Python은 어짜피 회사 프로젝트에서 사용하지도 않고 Php는 내게 수정할 권한을 주지 않아서 그냥 다른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코드를 보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냥 내가 하던 Js, Html, Css를 떠나 다른 분야의 언어를 공부하니 어느 정도 언어끼리 얼추 비슷한 점들을 찾아냈고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를 하던 사람이 스트리트 파이터를 하면 시스템이 조금 다를 뿐이지 결국 상대의 심리를 흔들고 빈틈을 노려 상대를 이기는 것은 같은 이치라는 것과 같다고 해야하나.


지금 와서 보면 영어가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영어를 못 하면 효율적인 구글링을 못하고 효율적인 구글링을 못하면 독학의 벽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을 보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웹사이트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론 양적 면에서 차이가 크다.


반면에, 영어를 할 줄 알면 영문으로 된 웹사이트가 많고 나와 같은 문제나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계에 수두룩해서 여러가지 방식의 접근 및 해결법을 보게 된다.

또 영어로 된 단어가 더 이해가 쉬울 때도 많다. ( 한국어로 변역된 방식이 너무 어려운 건가... )

그리고 해외 취업을 할 때도 영어가 도움이 됐다. ( 불어를 못하니... )

음악을 배울 때 Cm ( 씨 마이너 )를 '다단조'로 들으면 왠지 더 어렵게 느끼던 것과 같은 것 같다.


암튼, 이러면서 '호, 혹시 나도 개발자로 해외 취업...?!' 이라는 생각을 하게됐고 거기에 결혼을 하면서 '혹시'가 '웬만하면' 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진짜로 해외 취업을 했고 돌아보면 지금도 가끔 '헐~! 아니 어떻게 내가!' 할 때가 있다.


추가 : 학원을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학원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짧은 기간에 프로다운 스킬을 습득하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학습 방향이나 모티베이션 유지용 정도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만약, 그 이상 얻게 되면 정말 땡큐라고 생각한다. 

나머진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관련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