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집을 한 번 사볼까 - 1

나는 한국에서 살 때 집구매에 대해 1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 집을 빛 내서 구매하는 건 무언가에 구속이 되어서 자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전세도 잠깐 생각해봤지만 어짜피 은행 대출금으론 당시 내가 살 던 홍대 근처에선 원하는 집은 꿈도 못 꿨다.

그렇게 살다가 프랑스로 왔고 여기서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심지어 파리의 집들은 더 비싼데다가 시설도 안좋아서 더더욱 마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회사 동료 직원이 어느날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던 스리랑카계 프랑스인인데, 아시아계 가정이라 그런지 2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 ( 내가 알기론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성인이 되면 출가를 한다. ) 그러던 이 친구가 영국에 있는 친척을 만났다가 출가를 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영국에 있는 그의 친척은 스리랑카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와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여러개의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부동산에도 손을 대고 있는 나름 부자인 듯 하다. 그 성공 스토리에 어떤 자극을 받고 프랑스로 돌아온 내 직장 동료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궁금해졌다. 한국 처럼 부동산 투기나 뭐 땅부자 이런 거에 관심있는 프랑스인이나 관련 소식을 못 들어봤기 때문이다. 집을 사면 안내도 되는 세금을 더 내야하고 파리에는 낡은 집도 많아서 유지보수 비용도 집주인이 부담해야하고 무엇보다 20대 중반의 샐러리맨이 집을 살 여력이 있나가 궁금했다.

이야길 들어보니, 파리시에서 집을 처음 사는 사람에게 도와주는 제도 ( PTZ ) +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위해 대신 대출을 좀 해주고 + 은행에서도 CDI ( 일종의 정규직 ) 이기 때문에 대출이 용이하단 것이다.


파리에서 대출해주는 건 이자 0%,

회사에서 대출해주는 건 이자 1%,

은행에서 대출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그 동료직원에 말에 따르면 1% ~ 1.5% 사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다른 직원한테 들은 건데 0.9%까지도 제안 받아봤단다.


오 가능은 하단 소린데?


그럼 그렇게 대출 받아서 어느정도 크기의 집이 구매가능한지 물어봤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대강 30 제곱미터 그러니까 한 10 평 정도다. 방 하나 거실 하나. 


음... 좀 작은데...?


혼자 살기엔 뭐 문제 없을 크기지만 내 상황에 대입해 보니 그닥 흥미로운 조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파리 밖, 그러니까, 일드 프랑스 (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 면 이야기가 다르다.

파리에 비해서 훨씬 싼 곳도 많고 ( 반대로 베르사유 같은 덴 ㅎㄷㄷ )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의 동네가 많다.


일드 프랑스대충 이런 삘? 출처 : france2.fr

일드 프랑스대충 이런 삘? 출처 : france2.fr


여기까지 들으니 갑자기 집을 사고 싶어졌다.


일 끝나고 집에 헐레벌떡 뛰어와서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그런데 와이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재산을 소유하면 내야하는 세금도 그렇고 언제 우리가 다른 나라에 흥미가 생겨서 갈 지 모르는데 혹이 하나 생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문화활동이나 흥미로운 것들은 파리에 있는데 일드 프랑스로 나가면 접근성에 제한이 생겨 나중에는 방콕형 인간이 될 것이란 것이다. 그게 아니면 차를 사는 방법이 있는데 유지비도 그렇고 한 명이 차를 몰고 나가면 다른 한 명은 또 방콕...


회사에선 계속 해서 집을 사거나 살 계획이 있다는 동료 직원들의 소식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내가 이 때 즈음 미드 하우스 오드 카드를 보고 있었다. 내 정치력을 사용할 때라고 느꼈다.

하루는 장인어른 장모님과 식사를 하는데 스윽 집 구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프는 다 끝난 얘기를 왜 갑자기 꺼내냐는 듯한 눈치였지만... 


이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민 2 년  (22) 2017.07.26
집을 한 번 사볼까 - 2  (15) 2016.12.16
프랑스의 산부인과  (18) 2016.12.05
소매치기 잡을 뻔한 사연  (2) 2016.02.15
처음 프랑스 병원 간 날.  (4) 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