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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취업, 회사 이야기

프랑스의 휴가

회사를 다닌지도 1 년 하고도 석달이나 지났다.

그 동안 프랑스 사람들은 그 많은 휴가를 어떻게 쓰나 지켜봤는데 패턴 자체는 한국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모았다가 한 번에 3 주 정도 해외로 가거나,

조금씩 주말이랑 붙여서 3 - 4 일 정도 짧은 여행을 자주 가거나.

아, 이건 한국에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 백엔드 개발자 처럼 휴가를 안썼다가 매니저급한테 걸려서 강제로 보내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일단 쓸 수 있는 휴가일 수가 길다. 한국은 연차가 기본 15일로 알고 있는데 여긴 기본 25일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선 37일을 받고 있다. 37일 이면 거의 7 주 반 정도?! 인데 꽤 긴 편이다. 9 주 이상 받는 회사도 있다.

휴가의 리셋(?)이 6월 부터인데 나는 9월에 입사해서 처음 한 해는 석달치의 휴가가 없어 30일 정도 밖에(!) 휴가를 못썼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땐 연차를 5일 주는 회사, 노동법대로 15일 주는 회사, 자기 일만 제대로 하면 마음껏 휴가를 갈 수 있는 회사.

이런 유형의 회사들을 다녀봤는데 5일 주는 회사는 뭐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 내 상사는 자기는 첫 해에 3일 받았는데 나는 5일 받았다며 부럽다고 했다; )

15일 주는 회사는 최대한 휴가 일 수를 보장해주려 애썼다. 내가 2주 동안 프랑스에 다녀온 다고 했을 때, 사장과 부사장까지 모여 회의를 통해 내 휴가를 논의 끝에 통과시킨 적이 있다. 회사 창립 이래로 내가 최대일로 휴가를 다녀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도 사원이.

마음껏 휴가를 갈 수 있는 회사는 '자기 일만 제대로 하면' 이라는 단서 때문에 대부분 휴가를 못갔다. 스타트업이고 거의 항상 일이 밀려있어서 자기 일을 제시간 안에 끝내기가 힘든 구조였다. 내 기억엔 아프거나 과로로 새벽에 응급실에 간 사람만 휴가를 갔다. 최근에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회사로 뉴스에도 나온 걸 보면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보였다.


또 한국과 다른 점은 휴가를 눈치 안보고 쓰는 점이다.

물론 프로젝트에 지장이 없는지, 같은 부서 팀원도 같은 시기에 휴가를 써서 꼭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팀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지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그러나 내가 최근 휴가를 얼마나 자주 썼는지, 휴가서를 제출해야할 윗사람의 심기가 지금 어떤지 등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 휴가를 쓰면 꼭 윗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료들의 질투나 시기를 사는 경우를 봤다. '우리는 이렇게 빡세게 일하는 데 너 혼자?!' 아파서 병가를 쓰는 사람에겐 '그럴거면 아예 퇴사를 하지 왜 남아서 다 힘들게 하냐' 등등. 그렇게 휴가를 쓰면 동료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쓸데 없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여긴 그런거는 없어서 마음 편하게 휴가를 쓰고 있다.


일단 휴가가 길다보니 할 수 있는게 많아지는 것 같다.

유럽사람들 입장에선 동아시아가 멀기 때문에 한 번 가면 가능한 오래 있다가 오고 싶어한다.

휴가 때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다녀오는 사람들 보면 거의 2 - 3주는 머물고 오더라.

나는 프랑스에 온 후론 아직 한국을 간 적은 없다. 가끔 스위스나 영국이나 갔다 오는 정도.


아이가 있는 부모는 휴가를 잘게 쪼개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반차도 종종 쓰고, 그러다 애들 방학시즌에 맞춰서 한 1 - 2 주 어디 다녀오고. 

저게 내 미래인가 싶다 ㅋㅋㅋ


지금 나는 육아 휴직 + 크리스마스 휴가로 거의 4 주 가까이 휴가를 받았다. ( 아기가 있는 이상 더이상 휴가가 아니다 )

이건 인사팀 덕분이다. 내가 육아 휴직을 상담하러 인사팀을 만나러 갔는데 인사팀원이 자신이 엄마라서 잘 안다며 한 번에 붙여서 몰아쓰는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나에게 휴가 붙여쓰기를 권유했다.


암튼 휴가를 여유롭게 쓰다보니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돼서 그런지 일에 복귀했을 때 집중력이나 일을 하고 싶은 욕구 등이 왕성해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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