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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취업, 회사 이야기

프랑스 취업 성공담 - 2

나를 채용하겠다고 한 또다른 한군데 회사와 계약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방문했다.

이미 한군데는 붙었기 때문에 이 때 부터 마음은 상당히 차분해진 상태였다.

먼저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내 코드를 체크한 개발자가 내 코드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나도 안다. 돈 주는 사람은 사장이라는 걸. 하지만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다른 개발자로 부터 칭찬은 나를 가장 기쁘게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니 나를 사장실로 안내했다.

단 둘이서 연봉과 그 외에 여러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 회사 사장이 처음으로 꺼낸 화두는 '미국과는 다르게 프랑스는 사람을 해고하기 엄청나게 힘들다'였다.

최소 2달 전에 해고를 통보해야 하고 해고를 하는 이유도 증명해야하고 절차도 오래 걸리고 사측은 뭔진 모르지만 패널티도 있는 등등 여튼 엄청나게 빡센가 보다.

한 10분 정도를 해고가 힘든지에 대해 설명을 듣다보니 내가 채용되러 온 건지 해고되러 온 건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여튼 '그리하여 우리는 사람을 채용하는데 엄청나게 신중합니다.' 라는 의미는 잘 알겠더라.

그리고 연봉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이 제시됐다.

단, 조건이 있었다. 연봉의 83%는 정상 지급되고 나머지 17%를 반으로 나눠서, 내가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면, 6개월에 한번씩 8.5%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저 17%는 그럼 연봉이 아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한 해의 최대치의 보너스인 것이다.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저렇게 연봉을 제시한 이유는 내가 외국인이라서 업무 스타일이 프랑스 회사와 맞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제야 왜 이야기 시작점에서 해고의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는지 알겠더라.

그 말을 들으니 좀 섭섭했다.

코딩 테스트도 보고 통과했는데 외국인이라서 저런 조건을 제시 받다니.

그 외 조건으로는 연차 25일에 교통비 50% 지원이었다.

사실, 이미 이 조건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었다.

단지, 사장의 말하는 방식이 나에겐 네거티브하게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화두에 해고에 대한 이야기 -> 연봉은 하는 거 봐서 나눠서 지급 됨 -> 중간에 나를 냅두고 미국 사업 파트너와 화상 통화 -> 연차,회사 복지에 관한 논의.

이렇게 흘러가니 글쎄...고용인을 존중하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협상이 끝나고 이 회사를 나오면서 내 머리속은 나를 저번화에서 나를 일사천리로 고용하기로 한 회사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표를 만들어서 조건들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일사천리로 날 고용한 회사를 A,

방금 연봉 협상한 회사를 B 라고 하겠다.


 

 A

 B

 연봉

 B 보다 낮음

 A보다 높음

 지급방식

 매월 100% 정상 지급

  •  83% 정상 지급.
  • 성과에 따라 나머지 17%를 6개월 간격으로 나누어서 지급.


 연차

 37일

 25일

 중식 식대 지원

 일 8유로 지원(월 18회)

 없음

 교통비 지원

 65% 지원

 50% 지원

 보너스 여부

 있음(연봉 + @)

 있음(저 연봉의 17%가 보너스임;;)

 Sick day 여부

 없음

 없음

 그 외

  • 매월 영화 티켓 1회
  • CESU 라는 게 있는데 내가 이해하기로는 육아 지원 서비스임. (EX :가사 도우미 고용)
  • 출산 휴가 추가로 2주
  • 업무 관련 교육비 지원
  • 휴가철 서포트(매년 내용이 다름)
  • 추가 의료보험 지원
  • 조식 30센트
  • 사내 도서관 있음
  • 맥북 프로, 아이폰5C 지급
  • 사내에 XBOX있음.
  • Free bar있음



그냥 표만 봐도 어디로 갈지 정해졌다.

사실 연봉은 B사 측이 더 높게 제시했지만 다 못 받을 확률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A사 측의 복지가 나에겐 어마어마 하다.

이미 연차 37일 자체가 크리스마스인데 그 비싼 파리의 교통비 65% 지원에(50%까지 지원은 회사의 의무란다.) 중식대 8유로 지원(내가 3.33% 부담해야함), 교육비 지원 등등 나를 발전 시킬 시간과 지원이 되는 회사의 조건인 것이다.

그나저나 Sick day의 개념은 북미권에 취업한 분들의 블로그를 보고 알게된 건데 프랑스엔 이런 개념이 없나 보다.

표를 보면서 한 10초 고민했나...나는 A사를 선택했다.

처음에 나를 면접 본 HR팀의 여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혹시 하루 사이에 다른 사람을 채용했으면 어쩌나 하고 5분 마다 메일함을 확인했다.

금요일에 메일을 보냈는데 월요일인가 화요일에 답장을 받았으니 얼마나 똥줄 탔겠는가.



그렇게 나는 거짓말 처럼 프랑스의 휴가철이 끝나는 무렵인 8월 말에 파리에서 첫 직장을 가지게 됐다.

기쁘면서 불안하고 뿌듯하고 뭐 그냥 만감이 사정 없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