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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프랑스 테러 - 2015년11월13일

영국 런던에서 한국인 친구가 놀러와서 몇일간 우리집에서 묶고 있었다.

그러다 내일이 돌아가는 날이라 김치찜에 소주로 송별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으로 메세지가 엄청나게 오는 것이다.

파리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금요일 밤에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근방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일단 몸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집이 총격 사건지 근처라 무서워서 혼자 집에  있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바로 뉴스를 켜봤더니 정말 7명의 사상자가 나와있는 상태였다.

이때 까지 이게 테러인지 무슨 갱단의 소행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친구에게 택시를 타고 우리집으로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뉴스에서 사건지 근방을 전부 폐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때, 공교롭게도 또 다른 친구가 미국에서 하필 오늘 파리로 놀러왔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연락을 해봤는데 다행히 사건 발생지 근처에는 있진 않았다.


프랑스와 독일 축구 친선 경기 중이었던 'Stade de France'에서도 폭발 테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때 부터 테러가 일어난 곳이 한군데가 아니란 걸 알았다.


와이프 가족들에게도 전부 안부 전화와 메세지를 보냈는데 장인어른 댁 근처에 위치한 콘서트장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단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 인질극이었다.

'Eagles of Death Metal' 이란 밴드가 공연 중이었는데 몇몇은 탈출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안에 그대로 갇혀있었다.

처남으로 부터 연락이 왔는데 처남 친구가 저 콘서트장에 있다는 것이다. 다리에 총을 맞았지만 무사히 탈출했다고 들었다.

와이프는 계속해서 프랑스 방송을 확인하고 있었다.

일단 와이프 가족들은 전부 무사했지만 계속 해서 늘어나고 있는 사망자 수에 우리는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의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 중에, 작은 골목에 6구의 시체가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그 시체들을 덮기 위해 시민들이 아파트 창문으로 담요들을 던져 덮고 있는 사진이 특히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콘서트장 테러리스트 중 한명이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말을 하며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뉴스에선 IS 소행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었다.

곧이어 국경이 폐쇄됐단 보도가 나왔다.


일단 파리를 방문 중인 내 친구도 런던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곧이어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도 통화를 했다.

나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했다. 한국에도 아침 부터 대서특필로 방송이 나간 모양이었다.


나는 15구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16구에서도 총기난사가 벌어졌단 이야길 들었다.

나중에 이것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불안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출처 : 연합뉴스출처 : 연합뉴스




다음 날 - 2015년 11월 14일

테러리스트들은 자살을 하거나 사살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곤 시리아 IS의 소행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IS 본인들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밖에 나가보니 프랑스인들은 장을 보거나 조깅을 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 보였다.

이걸 보면서 한국의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한국 보다 외국이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더 걱정을 많이 한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이 거의 매해 일어나다 보니 한국인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내성이 생겨 별일 아닌 듯이 여기곤 한다.

이걸 안전불감증이라고 해야하나...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들 중 하나는 사람들을 사회를 위축 시키고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오히려 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내 불안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어떤 면에선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내 마음 상태가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몇 년을 더 살면 나도 프랑스인들 처럼 담담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짜피 모카(개)를 데리고 산책을 해야하기 때문에 에펠탑을 가봤다.


여전히 관광객들은 많으나 동시에 총을 든 군인, 경찰의 수가 엄청 늘어났고 강매를 하던 무리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에펠타워는 폐쇄됐다.여전히 관광객들은 많으나 동시에 총을 든 군인, 경찰의 수가 엄청 늘어났고 강매를 하던 무리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에펠타워는 폐쇄됐다.


런던에서 온 내 친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부가 국경을 제한적으로 열고 대신 검문 검색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본부장님으로 부터 안부 이메일이 왔다.

나는 무사하다고 답장을 했다.



다음은 저녁에 찍은 사진들이다.


저녁에 항상 빛을 내던 에펠타워는 불이 꺼져 있는 상태다. 일종의 파티의 느낌으로 항상 에펠탑이 환하게 빛나게 한 것인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불을 껐다고 들었다.저녁에 항상 빛을 내던 에펠타워는 불이 꺼져 있는 상태다. 일종의 파티의 느낌으로 항상 에펠탑이 환하게 빛나게 한 것인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불을 껐다고 들었다.



파리 유네스코에는 각 언어로 '평화'라는 글자가 보인다.파리 유네스코에는 각 언어로 '평화'라는 글자가 보인다.



2015년 11월 15일

테러 지역 중에 하나인 République에는 많은 조문 인파가 몰린 듯 했다.

나는 집에 있었는데 처남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République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 반드시 안에 있으라는 것이다.

République 근처에 살던 한국 친구가 걱정되서 메세지를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잠시 나랑 통화를 하다가 뛰는 인파가 너무 많고 어딘가에 몸을 숨겨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바로 텔레비젼을 키고 상황을 지켜봤다.

왠 십대 녀석들이 거기서 폭죽 같은 걸 터뜨린 모양이다.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금새 혼돈의 상태가 된 것이다.

다행히 테러는 아니었다.

경찰은 이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가 당분간 이번 테러 관련 시위나 모임을 금지한 이유가 있다. 

텐션이 높은 상태에서 원인 모를 작은 사건에도 집단 패닉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로 이민을 오면서 언젠가는 이런 테러를 겪진 않을까 했는데 생각 보다 너무 빨리 이런일이 일어났다.

같은 시각 한국에선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서 내 페이스북엔 온통 프랑스 테러 아니면 국정교과서 시위 관련 피해 내용뿐이었다.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사람은 자칫하면 이기적으로 변해 분열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께였던 사람들이 분열되면 힘이 있는 누군가가 그들을 컨트롤하기는 쉬워진다.

그것이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이고, 또 누군가 힘을 가진 자들이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던지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어 정치나 나라 돌아가는 것을 신경 끄게 만들던지...

프랑스인들 처럼 위축 되지 않고 오히려 활기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테러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 해야하는 지에 대해는 내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

이런 사고 방식은 한국에서 살아온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선 말 그대로 '알아서 생존 해야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 사획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겠다.

99%의 선량한 아랍인들과 더불어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득세할 것이고.

참 씁쓸하고 슬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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