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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민 준비

이민을 가게 된 스토리

내가 이민을 가게 된 경위는 심플하다.

와이프가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가쟨다. 뭐 할 말이 있나, 와이프가 가자고 하면 가는거지 ㅎㅎ


보통 다른 이민자분들을 보면 유학을 와서 직업을 구해서 정착했거나, 해외로 취업을 해서 오거나, 투자 이민을 하거나(이 경우는 사실 실제론 못봤음), 나 처럼 결혼을 해서 배우자의 나라로 가거나 등등 이다.

나도 배우자의 나라로 가는 케이스다. 약간 다른 분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난 프랑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변명을 좀 하자면, 사실 나는 일본 이민을 생각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일본어 능력 자격증도 취득하고 일본도 왔다 갔다 하면서 차근차근 일본 이민을 현실화 시키고 있었다. 이 때가 2000 년대 중,후반 즈음 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카우치서핑이라는 여행자 커뮤니티에서 우연하게 지금의 와이프를 한국에서 만났고 그 인연이 나를 프랑스로 보내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 부부는 영어로 대화를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의 영어 실력은 겨우 구글 번역을 사용해 간신히 이메일로 대화하는 수준 이었다.

고맙게도 와이프가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처음엔 일본어로 대화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한국에서 프랑스 여자랑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참 이상하지? 그래서 와이프한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소르본에서 영어영문학을 석사를 받은 와이프는 그 때 부터 나를 영어로 조련(?)하기 시작했다.

여튼, 와이프 덕분에 서양 세계에 대한 편견도 고치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정작 프랑스에 대해선 나도 관심이 별로 없었고 와이프도 굳이 내가 묻지 않으면 이야길 하진 않았다.

게다가, 우리의 첫 이민지 타겟은 캐나다였다.(일본 이민에 대한 열정은 와이프를 만나고 나서 부터 완전히 식어버렸다. 걍 가끔 여행가고 싶은 정도?) 그래서 불어를 공부하기 보단 일단 비루한 영어 실력을 메우는 것에 초점을 두면서 캐나다 문화 공부 정도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 프랑스 이민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써 놓고 봐도 Make sense 하다. ㅎㅎ



그럼 왜 이민을 가느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한국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질렸다고 해야할까. 사실 본인 나라 좋아하는 사람 잘 못 봤다. 나도 그들 처럼 모국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왜 한국이 싫은지는 나열할 게 너무 많아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글 한번 써 보겠다. 말하나 마나 다들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겠지만.

또 하나의 이유로 나는 개발자인데 한국에서 개발자의 삶은 야근과 특근의 연속이다.

내 비루한 실력으로는 한국에선 평생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하다 40대가 되면 퇴출되지 않을까...

사실 꼭 개발자의 삶만 한국에서 고단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또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업무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평일 저녁에 약속 잡고 친구랑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사회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이 슬프다는 것도 잊을 만큼 고된 삶을 살고 자각하지 못한채 가까운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참 슬픈 현실인데 나도 그 한국사회라 불리는 전쟁터 한 3.5년 다녀왔다. 그럴수록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점점 간절해 졌다.

몇몇 지인들은 내가 이런 이유로 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외국엔 인종차별이 심하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서 거기서도 힘들 것이라고 조언을 주곤 한다.

뭐,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부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외국이 더 힘들까봐 지금 처한 악조건을 참는 것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상기와 같은 이유로 캐나다 이민을 마음 먹고 IELTS 시험도 준비하고 캐나다에 계속해서 이력서를 보냈다. 이따금씩 답장이 오긴 했다. 떨어졌다고. 슬퍼2


그렇게 몇 개월을 진전이 없이 살다가 새로 한국에서 입사한 회사에서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다. 처음 입사했을 때 형식적으로 계약직 3개월을 거친 후 정규직이 될 거라고 들었는데 난 그걸 순진하게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선 몇 년을 더 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입사 3 개월 후 다시 3개월 계약 연장을 요청 받고 나서 부터 뭔가 쌔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역시나 다시 3개월을 연장한 후에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시발점이 됐다. 와이프한테 이 사실을 말하니 와이프의 눈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자기 남편이 한국 회사에서 불합리한 꼴을 당하는 것을 못 보겠다는 것이다. 

응 알겠는데, 근데 그래서 어쩔건데...

계속 레쥬메를 캐나다에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고 진전은 전혀 없는 상태인데 어쩔 건데...


침울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와이프가 장인어른,장모님과 Skype를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장인어른은 일단 프랑스로 오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고

장모님은 프랑스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저녁에 개발을 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단 행복하겠다는 말로 우리의 이민을 거드셨다.


되게 심플한 내용을 이렇게 길게 쓰는 내가 참 대견하다. 학교 다닐 때 이런 게 정말 힘들었는데...

어쨌든 나의 이민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원랜

한국생활->이민준비->해외취업 을 준비했는데

한국생활->좌절->해외도피 테크트리를 타는 것 같아서 찜찜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