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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민

이민자들이 들어야하는 불어교육 - 1

지난 글에 불어 교육을 들어야한다고 했다.

난 OFII에서 불어 실력이 형편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아예 생초보라 (무료) 불어교육을 받아야한다는 고지를 받았다. ( 물론 대놓고 저렇게 이야기 하진 않았다. )

일단 내 불어 실력을 더 정확하게 테스트 해보고 그에 맞게 반을 배정해 준다고 했다.

비자를 받은지 한 달 정도가 지나고 종이에 적힌 날짜와 시간에 맞춰 Coallia라는 곳으로 향했다. ( 주소 : 20-22 Rue Beccaria )

인도계 같은 여성 분이 우릴 안내 하셨는데 이 날 모인 사람들은 불어 실력이 낮아서 영어로만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인도계 여성분이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의사 소통이 전혀 안됐다;;


작은 교실에 10명쯤 되는 우리를 앉혀놓고 시험지를 나눠주면서 20분안에 풀라고 했다.

기억나는 대로 적자면,

  • 전기고지서, 세금명세서, 기차영수증 같은 실사 이미지들이 나열돼있고 알맞은 단어와 연결하는 문제

  • 편지를 보내는데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란에 알맞게 정보 기입하기

  • 친구네 집에 몇일 묶어도 되겠냐는 부탁의 이메일 작성하기( 이유, 체류 기간등 명시하기 )

  • 최근 어린 아이들이 계속 해서 스마트폰에 노출되고 있는 문제대한 본인의 견해 서술하기

목록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가면 갈 수록 어려워진다.

나는 마지막 문제까지 어떻게 꾸역꾸역 썼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찌감치 포기한 사람들도 보였다.

개인적으론 상위 클래스에 배정받아서 빡쎄게 공부하고픈 마음에 열심히 썼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한 20분 또 기다렸나...
그 인도계 여성이 한 명씩 우리를 호명했다.

어짜피 서로 이야기가 잘 안 통하니 본론만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인도계 여성 : 언제 부터 수업 받고 싶나.

나 : 가능한 빨리.

인도계 여성 :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받을 건데 요일은 언제가 좋나.

나 : 취직해서 주중엔 힘들 것 같은데? 주말 가능한가.

인도계 여성 : (깜짝 놀라며) 벌써 취직했나? 무슨 일 하나.

나 : 프로그래머.

인도계 여성 : 뭐?

나 : 앙포마틱...오디낙터...

인도계 여성 : 아! 개발자! 축하해!! 잘됐다. 그럼 토요일반 가능해. 하루 종일 들어야해. 팩스로 회사 계약서 보내줘.

나 : ㅇㅇ


이러고 집에 왔는데 '프랑스 회사 취업 후 한달'에도 적었지만 내 계약서에 이름 철자가 잘 못된 상태로 내가 사인을 해버렸단 사실이 생각났다.

'이대로 팩스 보냈다가 의심사거나 안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회사 HR팀에 4번이나 이메일을 보냈는데 깜깜 무소식이었다.

(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이메일을 보낸 그 HR팀 직원이 답장이 없기로 유명한 직원이란다. 다음부턴 아예 HR팀 전체에 CC를 걸어야겠다. ) 
 
에라 모르겠다 이름 틀리면 뭐 다시 해오라고 말해주겠지 하고 틀린 이름이 적힌 계약서를 보냈는데, 취업이 확인됐으니 토요일 부터 나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 ... )


이전 'Convocation a la formation civique' 수업도 그렇고 이번 불어 수업 테스트 본 곳도 그렇고 다 내가 사는 집에서 가깝지가 않다.
나는 파리 남동쪽에 사는데 이 곳들은 파리 서쪽이거나 중심부에서 약간 북서쪽이었다. 파리가 워낙 작아서 그래봤자 30분이긴 한데 내 토요일이 아까웠다.
근데 불어 수업 테스트를 보는 곳과 내가 가야 할 불어 교실은 다른 곳이란 이야기를 듣고 너무 반가웠다.

제발 이번엔 가깝기를...

나중에 고지서를 받아보니 이 중에 가장 먼 곳인 파리 북동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