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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프랑스 동물 병원을 가다

모카 녀석이 프랑스에 온 뒤로 자주 몸을 긁는 다고 생각이 됐다.

어디 상처가 생긴 건 아니지만 암만 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병원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동네에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에 동물 병원이 있었다.


파리의 동물병원의 모습파리의 동물병원의 모습


첫 인상은 '차갑다' 였다.

대체로 한국의 동물 병원은 아기자기하고 동물 그림이나 동물 관련 간식 및 용품이 진열돼있다.

그런데 파리의 이 동물 병원은 그 와는 달리 차갑고 약간은 삭막한 느낌도 들었다.

한국의 인쇄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쇠로 된 은색 잡기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구조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대기실이 있고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진찰실이자 수술실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한 5분 기다리니 수의사가 우릴 반겼다. 약 60 중반대로 보이는 백발의 할아버지셨다.


경위를 설명하고 이런저런 문답을 하고 나서 수의사는 고양이 때문에 몸에 벼룩이 생겼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전에 고양이가 살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에 있는 정원에 진드기 같은 것이 아닐까 했는데 범인은 전에 살던 고양이였다.

간단하게 주사를 몇대(!!) 맞고 약을 몇가지 받았다.

  • 모카에게 투여된 약은 보통 12주 정도 간다.(벼룩을 몸에서 없앤단 뜻이다.)
  • 이걸 최소 6개월 간은 투여 해야한다.
  • 이 약이 투여되면 3일에서 5일 사이에 가려움증은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 이건 몸에 있는 벼룩을 쫓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벼룩이 다시 몸에 붙을 수 있다.
  • 그래서 '피펫'이라는 리퀴드 약을 4개 샀다. 이것을 1개월 마다 목뒤에 바르고 투여 뒤 1시간 동안은 모카를 안거나 쓰다듬지 말아야 한다.
  • 만약 모카를 씻기면 24시간 뒤에 '피펫'을 투여해야 한다.
  • 벼룩은 모카 몸 안에서 벌레로 변할 수 있다.(성충이 된단 뜻인가?) 그래서 3주 후에 이 벌레를 죽이는 약을 투여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집의 벼룩을 박멸하기 위해서 스프레이도 받아왔다.
  • 이 스프레이는 무지하게 독하단다. 만약 집에 물고기나 거북이를 키운다면 반드시 대피 시켜야한다.
  • 물론 사람이 먹는 음식도 전부 냉장고에 넣어둬야 한다.
  • 스프레이를 뿌리면 최소 3시간은 집을 비워야 하며 돌아왔을 땐 최소 1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참 할 것도 많다.

그래도 수의사는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나한테가 아니고 와이프한테.

한국에 있을 땐 항상 수의사가 나한테 설명하고 내가 통역을 해줬는데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ㅋㅋㅋ

가만히 옆에서 팔짱끼고 와이프가 고개를 끄덕이면 나도 같이 끄덕였는데 사실 뭔소린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처방이 끝나니 안심은 됐다.



그 후에 몇가지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1. '심장사상충 약 좀 주세요'
수의사는 프랑스에는 심장사상충이 없다고 했다.(기생충만 있음) 한국 처럼 매달 약을 투여할 필요는 없고 3개월 마다 기생충 약을 투여해야 한단다. 그래서 이 참에 하나 샀다.

2. '항문낭을 짜야 하는데 방법을 다시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배웠는데 시도 할 때 마다 모카는 깨갱거리고 잘 짜지지도 않아요.'
내 말을 와이프가 번역하는 동안 수의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수의사는 절대 never ever 견주가 혼자 항문낭을 짜면 안된다고 했다.
일반인이 항문낭을 건드리면 오히려 상처를 주고 다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이 한국에서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선 최소 4주에서 8주에 한번은 해야한다고 했는데 프랑스에선 견주가 아닌 수의사가 1년 3번이면 족하다고 했다.(근데 한 회당 15유로다.)


1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하고 청구된 금액을 보니 200유로가 넘었다. @_@;

역시 파리는 비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이틀 지나고 모카가 더이상 긁어대지 않자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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